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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
세계 대공황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해있었던 시절에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었던 이야기다.
당시, 마을사람들 대부분은 몹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낮에는 주로 인근 공사장에 가서 일을 하러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낮 시간이 되면 마을은 텅 비게 되는데, 아이들은 이때마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편을 갈라 곧잘 전쟁놀이를 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은 편을 갈라 전쟁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무리들 중에서 언제나 대장격인 존이 자신의 부하들을 이끌고 강쪽을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존의 부하들은 모두 세명으로 부대장은 스티브, 작전참모는 웰, 그리고 유일한 여자인 가브리엘은 간호장교 역을 맏고 있었다.존의 무리들이 강줄기를 따라 강 상류쪽으로 조심스럽게 진군하려 할 때였다.어디에선가 흘러내려온듯한 낡은 보트 한척이 강 기슭기에 넘어져 있는 커다란 고목위에 걸려져 있는것이 보였다. 아이들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보트가 보이는 곳으로 일제히 달려갔다. 그러고는 곧이어 낡은 보트에 존을 비롯한 세명의 아이들이 모두 몸을 실었다. 존이 뱃머리 앞부분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가운데 스티브와 웰이 양쪽에서 노를 저어 나가자 배는 하류쪽으로 흘러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자, 앞으로 전진! 적군을 모조리 섬멸하러 떠나자!"
존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우렁차고 위엄있어 보였다. 그러나 노를 젓고있는 스티브와 웰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못했다. 전쟁놀이 할때마다 존은 대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히 하는 일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명령만 내렸고 부하역을 맡은 자신들은 힘들고 고달픈 일을 늘 도맡아 했었기 때문이다.
"조,,, 조심해라! 어,, 어, 배가,,,"
완만한 강태로 흘러가던 배가 갑자기 급류에 휩싸이며서 바위와 부딭혔다.
"쿠쿠쿵!"
배는 심하게 요동치는가 싶더니 원을 그리며 물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우왕좌왕하며 어쩔줄 몰라할때, 금도 흔들림이 없는 존의 우렁찬 목소리가 쩌렁하게 뱃전에 울려퍼졌다.
"전 대원은 들어라! 우리는 용감한 군인들이다. 침착성을 잃지 말고 모두 나를따라 군가를 부른다. 실시!"
존의 명령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평소에 즐겨부르던 군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침몰할 것처럼 보였던 배는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갔다. 그러나 배 밑부분의 일부가 파손된 탓으로 배는 계속 가라앉고 있었다. 노래가 끝나자 존은 소리쳤다.
"이 배는 곧 침몰할 것이다. 하지만 배가 육지와 멀리 떨어졌기 때문에 물속에 뛰어든다면 즉시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원들이 내 명령을 명심한다면 어느정도의 희망은 있다. 자, 그럼 가브리엘부터 앞으로 나오도록!"
존은 뱃머리 부분에 있는 낡은 구명조끼를 가브리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넌 여자다. 그것이 네가 제일 먼저 살아야할 이유다. 즉시 이 구명조끼를 입고 배를 빠져나가도록!. 네가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이 배는 더 빠르게 가라앉는다. 자 실시!"
구명조끼를 입은 가브리엘은 머뭇거리다가 눈물을 흩뿌리며 물속으로 뛰어들자, 존은 스티브를 불러 명령했다.
"다행히 여기에 스트로폴로 된 통이 하나 있다. 스티브 너는 이통을 끌어앉고 물속으로 뛰어들어라. 끝까지 손을 놓지 않으면 넌 체구가 상대적으로 왜소하기 때문에 넌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네가 살아야할 이유는 네가 가장어리기 때문이다. 이상, 실시!"
스티브마저 물속에 뛰어들자 존과 웰 둘만 남게되었다. 몹씨 낙담한 표정을 짓고있는 웰을 향해 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죽는것이 두려워?"
"물론이지. 이제 배안에 남아있는건 하나도 없어. 절망뿐이야. 솔직히 나는 죽고싶지 않아. 죽는다는게 너무 무섭단 말야..."
"넌 죽지 않아. 죽는건 나 하나면 족해."
존은 배가 물속으로 절반이상 잠긴 상태에서 양쪽에 있는 노를 배 위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는 낡은 노를 발로 네 동강이 낸 후 자신의 운동화 끈을 풀어칭칭 동여맸다.
"이거만 꽉 잡고 있으면 죽지는 않을거야. 더구나 넌 우리들 중에서도 수영을 가장 잘하는 편이니까. 자!"
존이 힘들게 만든 미니 뗏목을 웰에게 건네주자, 웰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존을 쳐다 보았다.
"그, 그럼 대,,대장은?"
"난 너희들의 대장이다. 대장이 부하들 다 내팽개치고 혼자 살려고 도망치는거 봤어?"
"이봐, 대장! 우리 그러지 말고 같이 물속으로 뛰어들자. 응?"
"그건 절대 안돼!"
"왜?"
"그럼 둘다 죽어."
존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웰을 강제로 물속에 떠밀었다. 그리고 웰에게 노를 잘라 만든 구명품을 던져준후 이미 물속으로 절반정도 잠겨버린 뱃머리에 서서 소리쳤다.
"너희들은 그동안 내게 불만을 표시했었지. 왜 나만 계속 대장을 하느냐고,,, 하는일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독불장군처럼 맨날 쓸데없는 명령만 내리고 힘든일은 자신들에게 가 시키는게 그게 무슨 대장이냐고,,, 그럴때마다 내가 그랬었지, 대장은 대장만이 할일이 따로 있다고, 난 지금 내가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고 있을뿐이야. 그러니까 나때문에 괜히 죄책감같은거 갖을 필요 없어. 알았지? 절대로..."
물위에 고개만 내밀고 있던 세명의 아이들은 독선적이고 오만하기 그지없던 자신들의 대장이 의연한 모습을 잃지 않은채 물속으로 사라지는것을 눈물로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을때 아이들은 이구 동성으로 이렇게 되뇌였다.
"아, 대,,,대장!"
그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의미의 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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