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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조선 영조 때 경기도 장단의 오목이라는 동네에 이종성이라는 은퇴한 정승이 살고 있었다.
동네 이름을 따 ‘오목 이정승’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매일 강가에서 낚시를 하면서 노후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가 어린 하인을 데리고 낚시질을 하다가 시장기를 느껴 근처 주막에 방을 잡고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고을 신관사또의 행차가 그 주막에 몰려왔다.
주막에 방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또는 부득불 오목 이정승이 식사를 하는 방으로 들어왔다.
신관사또가 거만하게 수염을 쓸어내리면서 아랫목에 앉다보니 문득 방구석에서 식사하는 촌로와 어린아이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그들이 마주한 밥상을 보니 그로서는 난생처음 보는 밥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사또가 물었다.
“여보게 늙은이, 지금 자네가 먹는 밥은 대체 뭔가?”
“보리밥이오.”
“어디 나도 한 번 먹어볼 수 있겠나?”
“그러시지요,”
이렇게 해서 노인이 내민 보리밥을 한 숟가락 먹어본 사또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뱉어내더니 소리쳤다.
“아니, 이것이 어떻게 사람의 목구멍으로 넘어갈 음식이란 말인가?”
사또가 노발대발하자 아전들은 냉큼 주모를 시켜 쌀밥과 고깃국을 대령했다.
그러는 사이에 노인과 아이는 잠자코 밖으로 나가버렸다.
바야흐로 사또가 식사를 끝낼 무렵 이정승집 하인이 사또를 찾아왔다.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벼슬을 지낸 어른이 부르자 사또는 부리나케 정승집 대문간을 뛰어넘었다.
그런데 섬돌 밑에서 큰 절을 한 뒤 고개를 들어보니 방금 전에 주막에서 보았던 바로 그 노인이 아닌가.
비로소 사태를 깨달은 신관사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대감, 아까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지만 오목 이정승의 추상같은 목소리가 그의 귀를 세차게 때렸다.
“그대는 전하의 교기를 받들고 부임한 관리로서 책임이 막중한데도, 교만한 위세를 떨었으니 그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백성들이 먹는 보리밥을 입 안에 넣었다가 뱉어버리는 행위는 도저히 목민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방자하고 사치스러운 생각으로 어찌 한 고을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당장 벼슬자리를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라.”
이렇게 해서 과거에 급제하여 청운의 뜻을 품고 장단 고을 부임했던 신관사또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낙향하는 가련한 신세가 되었다.
자신이 귀하게 되자 겸양하지 못하고 교만함을 드러낸 결과였다.
출처 > 도서 > [마음이 여유로우면 모든 일이 쉬워진다] 이상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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