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이 뜯어진 운동화, 지퍼가 망가진 가방, 빛바랜 옷...... 종현이가 가진 것 중에 해지고 낡아도 창피하지 않은 것은 책과 영어사전뿐이었다. 종현이네 집안은 형편이 어려워 학원수강료를 내기 힘들어 수강료를 내지 않는 대신 각 교실마다 칠판 지우는 일을 하면서 부족한 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하루하루를 나날이 피곤에 찌들며 공부를 열심히 했다. 종현이는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는 소아마비다. 하지만 종현이는 결코 움츠리지 않았다. 짧은 오른쪽 다리 때문에 뒤뚱뒤뚱 걸어다니며, 가을에 입던 홑 잠바를 한겨울에까지 입어야 하는 가난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종현이가 어릴 때, 종현이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 앞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종현이 엄마를 때렸다. 겨울비 추적추적 내리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