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모음집

나를 위해 말하세요.

문방구아들stationerystoreSon 2019. 2. 25. 01:02
반응형
728x170

 

나를 위해 말하세요
            나현수

말하지 않은 것들은 심장 깊숙이 박혀
혈류가 순환할 때마다 풍화 작용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말하지 않은 것의 크기를.

말하지 않은 것들을 삭히면서
시간의 침식 작용을 믿기에 기다려 본다
그러나 우리는 모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사라지는지를. 

조각들이 퇴적물처럼 혈관 곳곳에 쌓이다
결국 단단하게 뭉쳐버린다는 것과
간간히 느끼는 통증의 원인이 이것이라는 것도
당신은 모를 수 있다. 

새벽 잠꼬대로 터져 나오는 말들은
실상 그 앞에서 해야 했던 것들
하지 못한 말들의 유랑은 머물지 못하고
꿈속을 헤매다 언제고 또 뛰쳐나오겠지.

말하지 않은 것들이 아프다
그러나 이 아픔을 그는 알지 못한다
홀로 이 아픔을 감당하려는 씁쓸한 존재와
잠 못 이루는 밤이 함께 있다.


반응형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