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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가장 우아한 식사

문방구아들stationerystoreSon 2021. 3.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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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가장 우아한 식사

 

첫 월급을 타던 날...

나는 그녀에게 한턱 쓰고 싶었습니다.

평소 그녀와 그럴듯한 커피숍에서 차 한 잔 나누거나 영화 한번 본 적 없었고 고작 공원 벤치에 앉아 있거나 전화로 데이트를 해 왔던 터였지요.

시내 중심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고 그녀가 예쁜 원피스 차림으로 내 앞에 앉았고 분위기 좋은 이런 곳에서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양복을 단정히 입은 웨이터가 다가와 우리 앞에 메뉴판을 놓고 갔습니다.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레스토랑의 음식 값은 꽤 부담이 되는 값이었지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하더군요.

한 개를 시켜서 나누어 먹자고...

웨이터가 혹시 얼굴이라도 붉히면 어쩌나 지레 걱정이 되어 잠깐 망설이고 있는데 웨이터가 다가왔습니다.  

그녀가 조용하게 부탁했고 긴장한 내 우려와는 달리 웨이터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나는 음식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했는데 잠시 후 웨이터는 두께만 반으로 얇아진 같은 모양의 스테이크를 두개의 접시에 담아서 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와 눈을 맞추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웨이터는 딸려오는 다른 음식까지 모두 2인분으로 보기 좋게 만들어 내오셨습니다.  

주위의 멋쟁이 손님들도 우리가 한 개를 시켜 나누어 먹는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가지 그 웨이터는 시종 편안하고 인자한 미소로 대해 주었지요.  

시골에서 성장한 나는 먹고 마시는 데 돈을 쓸 여유가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저 국밥처럼 양 많고 값이 싼 음식은 사먹어도 냉면집 한번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큰 음식점 앞에만 가면 값도 알아보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슬그머니 피하기가 일쑤였습니다.  

한번은 고향친구가 놀러 와서 큰맘 먹고 명동까지 구경나갔지만 유명한 음식점 앞에서 서성거리다 그냥 돌아오기도 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이제는 나도 넉넉하게 살지만 그녀가 입는 옷은 여전히 수수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맑고 따뜻한 마음을 잘 알기에 잘 차려입은 그 어떤 여성보다 내 아내가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스럽습니다.  

15년이 넘은 지금도 나는 그날의 그 우아한 식사를 잊을 수가 없답니다.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과 사려 깊은 그 웨이터의 미소를 떠올리면 지금도 내 가슴은 따뜻해 온답니다.

  

-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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