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경비원 때리며 "난 주인"…입주민 갑질 법정공개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비원을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입주민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가운데,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 입주민의 폭언이 검찰을 통해 법정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특히 이 입주민은 자신의 갑질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에게 "주인을 고소하는 경비가 어디 있냐"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경호)는 전날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에게 갑질을 하며 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입주민 심모씨의 상해 등 혐의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이 법정에서 공개한 공소사실을 보면, 심씨는 지난 4월21일 최씨가 아파트 주차장에서 3중 주차돼 있던 자신의 승용차를 손으로 밀어 이동시켰다는 이유로 그에게 다가가 "야 이 자식아, 경비 주제에 우리 돈으로 먹고 살면서 함부로 차를 건드리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의 가슴 부위를 수회 밀치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격했다.

이후 심씨는 최씨를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끌고 가는 동시에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는 또 같은 달 26일 다른 경비원으로부터 최씨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 다음 날 최씨를 찾아가 욕설을 쏟아내고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고인은 화단에 물을 주던 피해자가 자신을 보고 경비실 안으로 도망가자 따라 들어갔고, 피해자가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려고 하자 강제로 문을 열고 피해자가 도망 못 가게 입구를 몸으로 막은 뒤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심씨는 최씨에게 '주인을 고소하는 경비가 어딨냐. 오늘 죽어봐 이 X끼야' 등의 폭언을 했다"고 덧붙였다.

심씨가 최씨를 폭행한 후 그에게 사표를 쓸 것을 요구했지만 최씨는 "가족의 생계 때문에 못 쓴다"고 했다는 게 검찰의 조사결과다.

그러자 심씨는 "사표를 안 쓰면 100대를 맞아야 한다. 당신이 죽거나 내가 죽거나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라고 협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최씨의 친형이 심씨에게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심씨는 최씨에게 "본인 입으로 사표를 쓰겠다고 해놓고 돌아서서 바로 고소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나도 이전의 교통사고로 입은 장애에 대한 후유장애진단서가 있으니 돈을 많이 만들어놔야 할 것"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이 같은 심씨의 감금·폭행 및 협박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 5월10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법정 방청석에서 심씨에 대한 첫 재판을 지켜본 최씨의 형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떤 변호사가 와서 도와준다고 해도 전혀 가해자 측에 도움이 되지는 못 할 것"이라며 "(가해자가) 아직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정종화)는 지난달 12일 심씨를 상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감금·상해·폭행), 무고, 협박 등 7개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전날 열린 1차 공판에서 심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이 같은 공소사실을 밝힌 이후, 이에 대한 인정 여부 등 입장을 말해야 하는 차례가 오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변호인은 "(피고인과) 사전에 사임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시간적인 이유로 새로운 변호인을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심씨 재판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고, 재판부는 다음 달 21일 공판을 다시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