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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신도 못본 딸 앞에 절해야 하나” 화성살인 희생자 父의 오열

문방구아들stationerystoreSon 2019. 11. 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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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효찰대본산 용주사(경기 화성시 소재) 경내 관음전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의 넋을 기리는 합동 위령재(慰靈齋, 위령제의 불교식 표현)가 봉행됐다. 이날 위령재에는 당시 8살난 초등생 딸로 이춘재(56)이 마성에 희생된 A양의 부모가 “내가 왜 자식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며 오열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위령재는 피해자의 영혼을 법단으로 모셔오는 ‘시련’ 의식을 시작으로 영혼을 영단에 모시고 천도의식을 고하는 ‘대령’ 의식, 고혼을 깨끗이 씻고 정화하는 ‘관욕’ 의식 등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피해 영령의 극락왕생을 비는 용주사 본·말사 주지 스님들이 천도염불을 집전하고 용주사 주지 성법스님의 추도사와 헌화 등이 이어졌다.

성법스님은 “33년간 묻혀 있던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통받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위령재를 마련했다”면서 “억울하게 희생된 고혼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다시는 끔찍한 사건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과거 많은 희생이 발생한 것에 대해 깊은 사과와 함께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이 경찰의 책무인 만큼, 수사본부에서 모든 사건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수사과정에 과오가 있었다면 숨김없이 밝히고 다시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배 청장이 추도사를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화성 실종 초등생의 아버지가 “내가 왜 자식에게 절을 해야 해”하며 “당시 수사 관계자를 처벌해달라”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초등생 아버지는 “30년 동안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경찰들이 은폐해서 시신까지 다 없애버렸다. 그 경찰은 누가 잡아야 하나. 왜 못 잡고, 왜 처벌 못 하나”며 “나는 (딸의) 시신도 못 찾았다. 어디 감춰서 숨겨놨는지. 경찰이 두 번 죽이는 것이다”며 오열했다. 

A양은 1988년 7월7일 학교에서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8차 화성 살인 사건 발생 10개월 뒤에 발생한 일이라 당시 A양의 실종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당시 경찰은 A양이 어리다는 이유 등으로 단순 가출 신고로 보고 수사했다. 

5개월 뒤 인근 야산에서 A양의 치마와 책가방, 속옷 등 유류품 10여점이 발견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유류품 3점에서 혈액 반응이 나왔지만, 혈액형 등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증거물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1년 정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연장선에서 A양 실종 사건을 지켜봤지만 이후 '가출인'으로 최종 처리했다. 

백발이 성성해진 이들 부부는 화성을 떠나 가슴에 딸을 묻고 살다가 30년 만에 이춘재의 범행에 의해 희생됐다는 자백에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경찰이 지난 1~9일 시신이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을 수색하는 현장을 찾아서 지켜봤지만 끝내 딸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위령재는 추도사에 이어 살풀이, 영혼을 극락왕생시키기 위한 천도제를 올릴 때 법식을 베풀고 경전을 읽어주는 ‘시식’ 의식, 초청된 영혼을 돌려보내는 ‘봉송’ 의식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당시 태안과 정남, 팔탄, 동탄 등에서 10대 초등학생부터 70대 할머니까지 11명이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우선 DNA 대조 작업이 끝난 5건의 살인사건 피의자로 이춘재를 입건하고 30여 건의 성폭력 사건도 재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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