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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조각 모임' 성폭행..성범죄 온상된 '클럽'

문방구아들stationerystoreSon 2019. 7. 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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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회비 걷어 클럽 룸·테이블 빌리는 조각모임.. 성관계가 목적, 여성을 인격체 아닌 사냥감으로 봐

버닝썬·승리 게이트가 열린 뒤 음지에 가려져있던 클럽 내 범죄들이 양지로 드러나면서 클럽이 범죄 온상으로 전락했다. 이후 각종 성범죄와 마약 범죄는 물론이고 클럽과 경찰간의 유착관계까지 밝혀졌다. 그럼에도 꾸준히 클럽에는 사람이 모이고, 범죄 역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강남 소재 클럽 '옥타곤'에서 여성을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A씨(26) 등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7일 이들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미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3일 오전 7시쯤 클럽 옥타곤 VIP룸에서 여성손님의 신체를 만지는 성추행에 이어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클럽 내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피의자들을 특정하고 사건 당일 체포했다. 이들은 이른바 '조각 모임'을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각 모임' 등 성관계 목적으로 클럽에 비용 지불

테이블이나 VIP룸의 주 고객층은 의사나 변호사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의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이나 사업가 40대 등이다. 하지만 나이대에 상관없이 클럽 테이블이나 룸을 잡기 위해 각자 돈을 모아 모임을 만들어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조각 모임'이라 일컫는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만나 각자 회비를 걷어 VIP룸이나 테이블 등을 빌린다. 혼자 클럽이나 나이트 등을 방문하는 일이 흔치 않고, 또 혼자서 이를 빌릴 경우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에 사람을 조각조각 모아 돈을 마련한다.

조각 모임 구성원은 남성들이 대부분인데, 다음·네이버 등 나이트라이프 관련 카페들과 밤문화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조각'이라는 게시판이 대부분 마련돼있다. 카카오 그룹카톡방에도 '조각방'이라는 이름으로 수백명이 구성된 채팅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남의 한 클럽 MD는 "보드카와 샴페인 등이 깔린 테이블을 빌릴 경우 100만원 정도 드는데 조각 구성원 7명을 모아가면 1명당 13만원 꼴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남성들이 수십~수백만원에 이르는 돈을 내고 좋은 테이블, 룸을 차지하는 이유는 '입뺀'(입장금지)으로 한차례 걸러진, 외모가 반듯한 여성을 공급받기 위해서다. 돈을 많이 내고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록 클럽MD들이 열과 성을 다해 여성 게스트들을 물어다온다.

문제는 이번 옥타곤 조각모임 사례처럼 조각 모임을 찾는 이들 대부분이 성관계 등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MD는 조각모임 공지를 통해 "갈수록 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량, 수질 걱정안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수량'은 여성의 수, '수질'은 '입뺀'으로 걸러진 외모가 반듯한 여성들을 가리킨다.

자연히 남성들은 (클럽에) 돈을 지불하고 만난 여성을 인격체가 아닌 사냥감으로 본다. 한 남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강남의 한 클럽 조각모임 참여 후기에도 이 같은 시각이 반영돼있다. 그는 "목요일에 술 2병 깔린 테이블 45만원이었는데, 5명 조각모임해서 9만원씩 내고 클럽 다녀왔다"면서 "MD가 알아서 여자를 계속 낚아와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간(당일 간지·클럽 은어로, 당일에 모텔에 데려가 성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을 때 사용하는 말) 위주 여자들한테만 술 먹이고 키스하고 가슴 만진 뒤 모텔에 데려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온상 클럽… 버닝썬 사태로 드러난 성폭행·불법촬영
앞서 버닝썬 사태로 클럽은 성폭행·불법촬영의 온상으로 지목됐었다. 물뽕(GHB·무색 무취의 신종 마약) 등을 여성에게 먹이고 강간하는 문화가 클럽 내부에서 횡행했다는 게 밝혀지면서다.

지난해 11월2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버닝썬 클럽을 찾은 손님 김상교씨(29)는 이날 버닝썬에서 성추행당하던 여성이 본인을 잡고 숨으려고 해 보호하려다가 클럽 이사 장모씨 등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2월27일 유튜브에 버닝썬 CCTV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에는 한 여성이 노트북을 잡는 등 몸을 가누지 못하며 가드에게 끌려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김씨는 "무언가(물뽕 등 약물로 추정)에 취한 여자를 버닝썬 가드가 머리채만 잡은 채 VIP 통로를 통해 끌고 가고 있다"면서 "여자는 컴퓨터와 데스크를 잡는 등 (구해달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버닝썬 직원들이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영상을 한 시민에게 제보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때부터 피해여성들의 증언도 잇따랐다. 여성 고객에게 물뽕(GHB)을 먹이고 강간하는 문화가 클럽 내부에서 횡행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마약을 적극 유통하고 이를 이용한 성폭력을 방조하거나 심지어 부추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클럽에서는 미성년자 성매매도 횡행했다. 강남 클럽 성폭력 사태에 목소리를 내온 주원규 목사는 "알선업자 등이 가출 청소년에게 2~3년만 일하면 배우나 연예인이 될 수 있다고 꼬드기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는 성형수술을 약속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클럽에서 일하는 여성 중 가장 어린 나이는 13살"이라고 덧붙였다. 주 목사는 실종된 가출청소년을 찾기 위해 2016년 강남 클럽에 6개월간 위장취업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클럽을 찾는 여성들은 이 같은 현실을 잘 몰랐다고 답했다. 대중매체 속 클럽은 청춘들의 쿨한 놀이 문화로만 그려져왔기 때문이다. 직장인 강모씨(28)는 "과거 단순하게 큰 음향에 맞춰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어 클럽을 자주 찾았기에 MD들이 끌고가려고는 했어도 춤 추기 위해 따라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만일 따라갔더라면 성범죄 피해자가 됐을 수도 있다니 아득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집회를 열어왔다. 지난 3월2일에는 여성들 2000여명(주최측 추산)은 서울 혜화역 앞에서 클럽들이 약물·불법촬영 성범죄를 비롯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됐다며 클럽들을 폐쇄하고 강력 처벌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참가자들은 "성들을 우대하는 척 유인한 뒤 수십 년간 약물을 이용한 강간을 도모해왔다. 클럽은 여성 신체자원을 착취하기 위한 성 착취 업소이다. 강간 카르텔을 끊임없이 양산하는 클럽을 폐쇄하라"고 소리쳤다. 지난달 25일에는 여성 500여명이 서울 신논현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버닝썬 게이트 관련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및 여성혐오 문화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1990년대 클럽은 자유주의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져 나이트클럽과는 구분됐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소비되는 방식이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간 크게 바뀌지 않았고 접대문화 역시 그대로 이어지면서 클럽에도 룸, 테이블 등이 깔렸고 퇴폐문화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은 여성에 대한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 클럽의 운영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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