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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경용품의 역사

문방구아들stationerystoreSon 2021. 7.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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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경용품의 역사

 

 

 

생리대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가 국내에서 상품화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니, 사실상 5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여든일곱 해를 살아오신 나의 외할머니가 월경하던 시절에는 월경을 처리할 방법이라고는 기저귀 감으로 직접 만든 천생리대를 고무줄이나 끈으로 고정해 사용하는 방법뿐이었다. 1971년도에 유한킴벌리에서 내놓았던 초기 모델도 앞뒤에 끈이 달려 있어 벨트로 고정해야만 했었다. 끈이 필요 없는 접착식 생리대는 그로부터 약 5년 뒤에 출시되었다.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의 초기 모델. 끈 고정이 필요했다.

 

출시되었다고 해도 모두가 바로 일회용 생리대를 썼던 것은 아닐 테다. 김보람 감독님의 <피의 연대기> 영화를 보고 돌아온 날 엄마와 이런저런 월경 수다 시간을 가졌었는데, 1963년 셋째 딸로 태어난 엄마도 언니들이 천 생리대를 사용하던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사용한 생리대는 핏물을 빼기 위해서 물에 담가 두었다가 빨래를 하는데 담가만 두고 바로 빨지 않아서 언니들끼리 얼른 빨라고 싸우던 장면이 기억난다고. LG전자에서 최초의 세탁기를 출시한 게 69년이라고 하니, 생리대를 포함해 여성이 빨래 노동에서 해방되기 시작한 시기가 비슷하다 볼 수 있다.

자유생리대 뉴 후리덤의 등장

패드형 생리대의 점유율이 출렁이는 사건 하나가 있었는데 바로 날개형 생리대의 출현이었다. 1986년 P&G는 일자 생리대에 날개를 단 올웨이즈(Always) 모델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날개형이 기본이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이 이해가 간다. 속옷에 고정되는 정도나 샘 방지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한 디자인이니.

 

 

 

 

 

 

탐폰

놀라운 사실 하나는 70년대 국내 월경용품 시장에 패드형 생리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태평양 화학에서 출시한 아모레 탐폰과 동양 제약의 템포가 있었다. 당시 탐폰 광고의 일부를 발췌해 읽어보자.

 

 

 

그러나 세상도 달라져 ‘패드’가 ‘개짐’을 대신하게 되었고 그것도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 이제 ‘탐폰’ 이라는 새로운 생리처리방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읍니다. 참- 편리해진 세상입니다.

 

1970년대 태평양 화학 아모레 탐폰 광고

그러나 세상도 달라져 ‘패드’가 ‘개짐’을 대신하게 되었고 그것도 이미 옛이야기가 되어 이제 ‘탐폰’ 이라는 새로운 생리처리방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기에 이르렀읍니다. 참- 편리해진 세상입니다.

 

저 당시 광고주는 탐폰의 세계적인 유행이 한국에서도 번져나가기를 바랐겠지만, 미국이나 유럽지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탐폰 사용률은 2020년 현재까지도 낮은 편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동안 한국 시장에 도전했다 사라진 탐폰 브랜드도 꽤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탐폰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플레이텍스도 보령제약이 국내에 수입해 왔다가 버티지 못하고 철수했다.

탐폰 사용률이 낮은 경향성은 아시아 전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2007년 기준 국내 월경용품 시장에서의 탐폰 점유율은 약 5% 정도였다고 알려져 있으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업계에서 체감하는 탐폰의 시장 점유율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월경컵

삽입형 생리대 이야기로 넘어왔으니 월경컵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모양의 월경컵을 1937년에 발명해 특허 내고 상용화했던 여성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레오나 차머스(Leona Chalmers). 그는 <The intimate side of a woman’s life>라는 책에서 월경컵을 소개하고, 접어 삽입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고 있다. 초경가이드 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ebay를 뒤져서 실물 책을 손에 넣었다. 만날 수는 없으니 그가 적은 책이라도 :)

<The intimate side of a woman’s life>

1937년으로부터 약 80년이 흐르고 나서야, 월경컵이라는 월경용품의 존재가 한국의 여성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월경컵의 사용률이 낮은 점도 한몫했지만, 그보다는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공식적으로 판매 가능한 월경컵’이 한국에서는 2017년 12월에 처음 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월경컵의 이름은 페미사이클(Femmycycle). 페미사이클의 출시 이후로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월경컵의 선택지가 그 사용률 대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눈치챈 분들이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월경용품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승인이 필요하단 점을. 한국에서 월경용품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어 식약처 기준에 의해 관리된다. 관리를 위해선 ‘기준’이 필요한데, 월경컵은 그 기준이 미처 준비되어 있지 못해 최초 허가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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